줄인 건 10년에 딱 한 번 — SK(주) 배당 이야기
배당 그래프가 매년 예쁘게 우상향하는 회사만 좋은 배당주는 아닙니다. SK(주)의 10년은 오히려 울퉁불퉁합니다. 5,000원과 8,000원 사이를 오르내렸고, 한 번은 확실하게 줄었죠. 그런데 그 굴곡을 하나씩 뜯어보면, 이 회사가 어떤 순간에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가 보입니다.
범인은 ‘봄에 주는 배당’
SK는 배당을 1년에 두 번 줍니다. 여름에 한 번(중간배당), 이듬해 봄에 한 번(결산배당). 그런데 여름 배당은 1,500원(처음 도입한 2018~2020년엔 1,000원)에서 거의 꿈쩍하지 않는 반면, 봄 배당은 3,500원에서 6,500원까지 널을 뜁니다. 연간 배당금이 요동친 건 전부 이 봄 배당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그래프를 보면 ‘특별배당이 섞였나’ 싶어집니다. 확인해 봤습니다. SK가 2015년 이후 낸 배당 공시 24건을 한 건씩 전부 열어 봤는데, ‘특별배당’이라는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전부 평범한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입니다.
벌이가 4분의 1로 줄었는데, 배당은 올렸다
2020년, SK가 벌어들인 이익은 전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보통 이럴 때 회사들은 배당부터 손을 댑니다. SK는 반대로 5,000원이던 배당을 7,000원으로 올렸습니다.
그 결과 배당성향 — 번 돈 중 얼마를 나눠 줬는지를 보여주는 숫자 — 이 195%가 됐습니다. 번 것의 두 배 가까이를 준 셈이죠. 이 숫자만 보면 무모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줘서’라기보다 ‘적게 벌어서’ 튄 값에 가깝습니다. 배당성향은 이익이 흔들리면 같이 흔들리거든요.
딱 한 번의 삭감, 그리고 적자 속의 증배
10년 중 배당이 전년보다 줄어든 해는 2022년 딱 한 번입니다. 8,000원에서 5,000원으로 내려갔죠. 앞서 기록한 (주)LG가 10년 내내 한 번도 줄이지 않은 것과 갈리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진짜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2023년과 2024년, SK는 주주 몫으로 돌아오는 순이익(지배주주 귀속)이 2년 연속 적자였습니다. 적자 폭은 두 번째 해에 더 컸고요. 그 2년 동안 SK는 배당을 줄이지 않았습니다. 첫해에는 5,000원을 그대로 지켰고, 적자가 더 커진 이듬해에는 오히려 7,000원으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흑자로 돌아선 2025년, 8,000원으로 다시 높였습니다.
이제는 ‘최소 5,000원’이라는 기준
2024년 가을, SK는 앞으로 3년간 주당 최소 5,000원을 배당하겠다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그동안 봄 배당이 널뛰던 회사가 ‘바닥은 여기’라고 선을 그은 겁니다. 회사는 2025년의 8,000원을 ‘기본 5,000원 + 추가 3,000원’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에 더해 2026년 3월에는 회사가 갖고 있던 자사주 중 발행 보통주의 20%가 넘는 물량을 없애기로(소각) 결의했습니다. 주식 수가 줄면 남은 주주 몫이 커지죠. 다만 이건 아직 결정일 뿐입니다. 실제 소각 예정일은 2027년 1월이고, 공시에도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배당노트는 이 계획이 그대로 지켜지는지를 그때 가서 숫자로 기록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