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 국민주, 그리고 빅 배당 — 삼성전자 배당 10년
한 회사의 배당을 오래 지켜보면, 숫자 뒤에서 시대가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지난 10년이 꼭 그렇습니다. 액면분할과 반도체 한파, 그리고 두 번의 ‘빅 배당’ 사이를 배당금이 지나왔습니다.
“이제 분기마다 나누겠습니다” (2017)
2017년, 삼성전자는 배당의 리듬을 바꿉니다.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분기마다 나누겠다고 한 것이죠.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분기배당이, 이때 자리를 잡았습니다.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2018)
2018년 5월, 한 주에 250만 원을 웃돌던 ‘황제주’가 하루아침에 5만 원대가 됩니다. 1주를 50주로 쪼갠 50 대 1 액면분할이었습니다. 주당 배당금도 50분의 1로 나뉘었지만, 손에 쥔 가치의 총합은 똑같았습니다. 달라진 건 문턱이었죠 — 이제 몇 만 원으로도 삼성전자 주주가 될 수 있게 됐습니다.
멈춘 세상, 풀린 배당 (2020)
코로나가 세상을 멈춰 세운 2020년, 삼성전자는 정반대의 소식을 냈습니다. 3년간 쌓인 잉여재원 10조 7천억 원을 한꺼번에 특별배당으로 풀겠다는 것. 그해 주당 배당금은 2,994원(분할조정)까지 치솟았고, 배당성향은 78%에 달했습니다. 시장은 이걸 ‘빅 배당’이라 불렀습니다.
반도체 겨울에도 지킨 약속 (2023)
2023년, 반도체 한파가 닥칩니다.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이 14조 원대까지 주저앉았죠. 그런데도 배당은 줄지 않았습니다 — 주당 1,444원, 예년과 같았습니다. 이익이 쪼그라든 탓에 배당성향은 67.8%로 튀어 올랐지만, 회사는 약속한 배당을 지켰습니다. 배당성향이 높아진 건 배당을 늘려서가 아니라, 이익이 줄어서였습니다.
5년 만에 돌아온 보너스 (2025)
그리고 2025년, 사상 최대 실적과 함께 특별배당이 돌아옵니다. 해마다 주던 정규배당에 1조 3천억 원을 더 얹어, 연간 주당 1,668원. 2020년 이후 처음 있는 ‘보너스’였습니다.
배당은 회사가 주주에게 건네는 짧은 편지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10년치 편지를, 배당노트는 한 장 한 장 기록해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