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0원이 다섯 조각으로 나뉘었던 순간 — HD현대 배당 이야기
그래프 하나만 놓고 보면 이상한 자리가 있습니다. 2020년까지 18,500원이던 막대가 2021년에 5,550원으로 뚝 떨어집니다. 3분의 1도 안 되는 높이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는 배당이 줄어든 사연이 아니라, 주식 한 주가 다섯 주로 나뉜 사연이 끼어 있습니다. 나누는 만큼 되돌려 보면, 그래프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3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18,500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HD현대의 주당 배당금은 세 해 내리 18,500원이었습니다. 같은 숫자가 세 번 반복되는 동안 회사의 이익 사정은 꽤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2018년과 2019년의 배당성향은 각각 100.70%, 156.20%였습니다. 그해 번 돈보다 나눠 준 돈이 더 많았다는 뜻입니다. 2020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그해 연결 당기순이익이 −6,091억 7,200만원으로 적자였는데도, 배당금 18,500원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배당금을 적자로 나누다 보니 배당성향도 −43.20%라는, 이 10년 표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인 숫자가 찍혔습니다.
번 돈과 나눠 준 돈의 크기가 어긋나는 해가 세 번 이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연결 실적이 적자였던 해에도 배당이 끊기지 않았다는 사실 — 이 두 가지가 이 구간에서 공시로 확인되는 전부입니다.
같은 이름의 다른 분할 — 로봇 사업부문이 떠난 자리
이 3년 사이인 2019년 12월, 「회사분할결정」이라는 제목의 공시가 하나 올라옵니다. 이름만 보면 뒤에 나올 액면분할과 헷갈리기 쉽지만 다른 사건입니다. 공시 원문에 적힌 분할방법은 이렇습니다.
분할회사가 존속하면서 분할신설회사 발행주식의 100%를 배정받는 단순ㆍ물적분할의 방식이며, 본건 분할 후 … 분할신설회사는 비상장법인이 된다.
HD현대 「주요사항보고서(회사분할결정)」 (2019년 12월 13일)
로봇 사업부문이 떨어져 나가 회사가 지분을 100% 쥔 비상장 자회사가 됐습니다. 기존 주주에게 새 주식이 나눠지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HD현대 자신의 주당 배당금 계산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표의 막대는 이 시점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다섯 조각이 된 주식, 그리고 5,550원
2021년 2월 4일, 이번엔 진짜로 그래프의 모양을 바꾸는 공시가 나옵니다. 「주식분할결정」입니다. 원문의 분할 전/분할 후 대비표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액면가액 — 5,000원 → 1,000원
- 발행주식총수 — 15,798,617주 → 78,993,085주
주식 한 주가 정확히 다섯 주로 나뉘었습니다(78,993,085 ÷ 15,798,617 = 5.0000). 주식이 다섯 배로 늘면, 같은 돈을 나눠 받을 사람도 다섯 배로 늘어나는 셈이니 주당 배당금은 5분의 1로 잘게 쪼개집니다. 그래서 분할 전 3년의 18,500원을 분할 후 기준으로 옮기면 3,700원이 됩니다.
이 3,700원 옆에 2021년의 5,550원을 놓아 봅니다. 3,700원 → 5,550원, +50.0%입니다. 원래 숫자만 보고 그래프를 그리면 18,500원에서 5,550원으로 급감한 그림이 나오지만, 같은 자로 잰 값끼리 비교하면 오히려 늘어난 구간이었습니다.
같은 해 6월에는 「중간(분기)배당을 위한 주주명부폐쇄」 공시가 나오면서 반기배당이 새로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해의 배당성향 칸은 다른 해처럼 숫자가 찍히지 않고 비어 있습니다. 그해 연결 당기순이익도 −1,322억 9,700만원으로 적자였다는 사실은 공시로 확인되지만, 성향 칸을 왜 비워 뒀는지는 원문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이 자리는 짐작으로 채우지 않고 비워 둔 그대로 남겨 둡니다.
삭감이라 부를 수 있는 세 번
액면분할 이후의 그래프는 조정값 기준으로 다시 읽어야 합니다. 그렇게 보면 2022년부터 세 해 연속 막대가 낮아집니다.
- 2022년 — 5,550원 → 4,600원
- 2023년 — 4,600원 → 3,700원
- 2024년 — 3,700원 → 3,600원
같은 기간 배당을 지급하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2021~2022년의 반기 2회 체제가 2023년에는 3회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거쳐, 2024년부터 완전한 분기 4회 체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금액이 낮아지는 세 해와 지급 횟수가 늘어나는 시기가 겹쳐 있다는 점만, 공시에 적힌 그대로 적어 둡니다.
2025년, 다시 오른 4,000원
2025년 배당금은 4,000원으로, 전년 3,600원보다 늘었습니다. 세 해 연속 낮아지던 흐름이 여기서 한 번 방향을 바꿉니다. 이 해의 배당성향은 29.40%, 시가배당률은 1.64%였습니다.
66건 중 29건만 남긴 이유
이 이야기에 쓴 숫자들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게 아니라, 걸러 낸 결과입니다. DART에서 HD현대 이름으로 「배당」이 든 공시를 찾으면 66건이 걸리는데, 그중 37건은 제목에 「(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이 붙어 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처럼 상장 자회사의 배당 결정을 지주회사가 대신 신고한 공시들입니다. 이 37건을 걷어 낸 29건에 대해서는 공시 문서 자체의 발급주체 이름까지 한 번 더 열어 확인했고, 전부 HD현대(또는 개명 전 이름인 현대중공업지주) 자신의 공시였습니다. 이 글에 적은 숫자는 그 29건과 사업보고서에서만 가져온 것입니다.
18,500원에서 5,550원으로 떨어진 것처럼 보였던 그 한 칸은, 결국 같은 돈을 다섯 조각으로 나눈 결과였습니다. 조각내기 전과 후를 같은 자로 맞춰 보면, 그 자리는 줄어든 자리가 아니라 늘어난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