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의 0, 그리고 10년 중 가장 크게 번 해 — 한국가스공사 배당 이야기
배당 기록을 10년치 늘어놓았을 때, 절반이 0이면 대개는 자료가 부족한 겁니다. 이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다섯 번의 0은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2016년, 배당이 멈췄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5 사업연도까지 배당을 하고 있었습니다. 많지는 않았습니다 — 2014년 250원, 2015년 170원. 2016년 2월 12일에 올라온 배당결정 공시가 그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배당결정 공시가 DART에 올라오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2016년과 2017년은 연속 적자였습니다. 연결 기준(지배주주 귀속분, 이 글의 순손익은 모두 같은 기준입니다)으로 2016년에 약 6,130억원, 2017년에 약 1조 2,051억원의 순손실이 났습니다. 두 해의 사업보고서에는 무배당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없습니다. 앞으로의 배당정책을 말하는 일반적인 문장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도 그 두 해에 대해서는 손익과 배당이 없었다는 사실까지만 적습니다.
2018년, 첫 번째 복귀
2019년 2월 28일, 3년 만에 배당결정 공시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2018 사업연도 결산배당 1,360원. 이전의 170원·250원과는 자릿수가 달랐습니다. 이듬해에는 380원으로 줄었지만 배당 자체는 이어졌습니다.
배당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사업보고서에 또렷하게 적힌 건 조금 뒤의 일입니다. 2016년부터 2019년 사업보고서까지는 일반적인 배당정책 문장뿐이고, 정부 배당협의체와 배당성향 수준이 처음 등장하는 건 2020년 사업보고서입니다(2016~2019년 보고서 전수 대조). 그 표현은 “정부 배당협의체의 배당정책 방향을 고려하여 배당성향을 결정하고 있으며, 현재는 별도 당기순이익의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입니다. 실제로 2018·2019 사업연도의 배당금 총액을 별도 순이익으로 나누면 39.0%와 40.8%가 나옵니다. 문장과 숫자가 맞습니다.
2020년, 두 번째 중단 — 그리고 2021년의 2,728원
2020 사업연도에는 다시 적자(연결 약 1,721억원 순손실)가 났고 배당은 없었습니다. 대신 그 다음 해가 특별했습니다. 2022년 2월 25일 결정된 2021 사업연도 결산배당은 1주당 2,728원, 총액 약 2,341억원이었습니다. 사업보고서의 현금배당수익률로는 7.00%. 이 10년 기록에서 금액으로도, 수익률로도 가장 높은 해입니다.
10년 중 가장 크게 벌었는데 배당이 없던 해
그리고 바로 다음 해, 배당이 다시 멈춥니다. 그런데 2022 사업연도는 적자가 아니었습니다. 연결 당기순이익 약 1조 4,931억원. 이 10년 창에서 가장 큰 흑자입니다.
이 해만큼은 회사가 사유를 적어 두었습니다. 2022년 사업보고서에는 “2022회계연도 무배당은 정부배당협의체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는 문장과 함께, “당사의 금번 무배당 결정은 미수금 급증으로 악화된 재무구조 속에 천연가스 도입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으며, 미수금 문제가 완화될 경우 과거의 배당정책을 재개할 예정입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손익계산서의 맨 아랫줄과 배당 결정이 따로 움직인 해였습니다.
이어진 2023 사업연도는 연결 기준 약 7,612억원의 순손실로 돌아섰고, 배당은 두 해째 없었습니다.
배당을 정하는 자리
왜 이익과 배당이 따로 움직일 수 있는지는, 이 회사의 배당이 어디에서 정해지는지를 보면 조금 이해가 됩니다. 한국가스공사는 국유재산법 제65조의2가 정한 정부배당대상기업입니다. 2022~2024년 사업보고서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배당을 결정하기 전에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하고, 기획재정부는 그 일을 위해 정부배당협의체를 운영합니다. 2025년 사업보고서는 문구가 바뀌어, 조문 번호(제65조의2)를 밝히고 정부배당협의체가 배당에 관한 업무를 처리한다고 적습니다.
같은 법 제65조의3은 배당을 정할 때 볼 것들을 늘어놓습니다. 배당대상 이익의 규모, 정부출자수입 예산 규모의 적정성과 정부의 재정여건, 각 정부배당대상기업의 배당률과 배당성향, 비슷한 업종 민간기업의 배당률과 배당성향, 그리고 자본금·부채비율·과거 배당실적·투자재원 소요 같은 경영여건. 회사 한 곳의 이익만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세 번째 복귀,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2025년 2월, 2024 사업연도 결산배당 1,455원이 결정되며 배당이 세 번째로 돌아왔습니다. 2026년 2월에는 2025 사업연도분 1,154원이 결정돼 두 해 연속이 됐습니다. 회사가 2025년 사업보고서에 적은 「연속 배당횟수」는 결산배당 기준 2회입니다.
다만 돌아온 것과 돌아오지 않은 것이 나뉩니다. 배당을 하던 2018·2019·2021 사업연도에 39~41% 언저리였던 별도 기준 배당성향은, 재개 이후인 2024·2025 사업연도에는 16.0%와 14.4%입니다. 2025년 사업보고서는 배당성향을 몇 퍼센트로 하겠다는 수치를 더 이상 적지 않고,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에 정부배당협의체에서 결정된 배당성향을 고려하여 산출”한다고만 씁니다. 배당은 두 해째 이어지고 있지만, 이익에서 배당으로 넘어가는 비중은 중단 이전의 자리로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10년 동안 세 번 끊기고 세 번 돌아온 기록입니다. 이 이야기가 남기는 건 그 다섯 개의 0이 각각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이 10년에서 가장 크게 번 해에도 0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