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를 지나 10년 최고치로 — NH투자증권 배당 이야기
배당 이력을 오래 들여다보면, 숫자 두 개가 정반대로 움직이는 회사를 만나게 됩니다. 배당금은 10년 중 가장 많은데 시가배당률은 낮은 편인 회사. NH투자증권의 2025년이 그렇습니다.
400원에서 시작한 10년
이 기록의 출발점은 2016 사업연도, 주당 400원입니다. 그 뒤 500원이 세 해 이어졌고, 2020년 700원, 2021년 1,050원까지 올랐습니다. 5년 만에 두 배가 훌쩍 넘은 셈입니다.
2021년은 시가배당률도 7.82%로 이 10년 중 가장 높았습니다. 배당금도 비율도 함께 좋았던 해였죠.
이듬해, 벌이가 3분의 1로
2022 사업연도 배당은 700원으로 내려갔습니다. 2016년부터 이어 놓은 이 표에서 막대가 전년보다 짧아진 자리는 여기 한 곳뿐입니다.
그런데 배당성향은 반대로 갔습니다. 35.63%에서 81.02%. 나눠 준 몫이 줄었는데 비율은 두 배가 넘게 뛴 겁니다. 답은 나눗셈의 아래쪽에 있습니다.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이 9,315억원에서 3,034억원으로 67% 줄어드는 동안, 배당 총액은 3,319억원에서 2,458억원으로 26%만 줄었습니다.
배당 기준을 낮춘 해라기보다 벌이가 무너진 해입니다. 다만 회사가 어떤 생각으로 그만큼만 줄였는지는 공시에 적혀 있지 않으니, 여기까지만 적어 둡니다.
세 해에 걸친 회복, 그리고 늘어난 주식 수
골짜기 다음은 800원, 950원, 그리고 2025년 1,300원입니다. 골짜기 이후 세 해가 내리 오르막이었고, 1,300원은 2016년 이래 이 표에 적힌 어떤 값보다 큽니다.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2025년 8월, 회사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보통주 3,226만 주를 새로 발행했습니다. 배당을 나눠 가질 주식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인데도 주당 배당금은 950원에서 1,300원으로 올랐고, 배당 총액은 3,283억원에서 4,878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회사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증가율을 48.6%라고 적었습니다.
배당금은 10년 최고인데 비율은 왜 낮아졌나
같은 기간 시가배당률은 반대로 갔습니다. 2021년 7.82% → 2025년 4.19%. 배당금이 가장 많은 해에 비율은 10년 중 낮은 편에 속합니다.
먼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위 카드의 막대 아래 %와 시가배당률 칸은 사업보고서에 「현금배당수익률」로 실린 값입니다(보통주 기준). 이 글에서 ‘시가배당률’이라고 부르는 것도 모두 이 값입니다. 같은 2025년 배당수익률이 배당결정 공시에는 4.2%, 사업보고서 재무제표 주석에는 6.13%로 각각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 셈이 틀린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서류마다 기준으로 삼는 날이 다르기 때문인데, 세 값을 나란히 놓고 따진 대조는 NH투자증권 배당 기록에 적어 두었습니다.
시가배당률은 주당 배당금을 회사가 정한 기준가격으로 나눈 값입니다. 2021년의 7.82%를 역산하면 기준가격은 1만 3천원대, 2025년의 4.19%를 역산하면 3만 1천원대가 나옵니다. 배당이 후해져서 비율이 오르는 게 아니라, 바탕이 되는 값이 움직이면 비율도 따라 움직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기준가격을 재는 시점이 2023 사업연도부터 바뀌었습니다. 2022년까지는 주주명부폐쇄일 언저리, 2023년부터는 배당을 결정한 이사회 직전을 기준으로 1주일치 종가를 평균 냅니다. 달력으로 치면 연말과 이듬해 3월 초, 두 달 남짓 떨어진 자리입니다. 자를 도중에 바꿔 든 셈이라, 앞뒤 값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 놓고 오르내림을 읽어서는 안 됩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 한 줄만 보고 배당이 줄었는지 늘었는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막대(원)와 %를 겹쳐 봐야 합니다.
배당받을 날짜가 12월에서 3월로 옮겨 갔다
연말에 주식을 들고 있으면 배당을 받는다는 계산은 이 회사에 통하지 않습니다.
바뀐 것은 정관 한 줄입니다.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는 날을 달력에 못 박아 두는 대신 이사회가 그때그때 고르도록 고쳤습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따로 공시를 내 “12월말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도 배당기준일에 보유하지 않으면 결산배당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안내했습니다.
실제로 2025 사업연도 배당의 기준일은 2026년 3월 31일이었습니다. 배당금이 확정된 것은 그보다 앞선 3월 11일 이사회, 주주총회는 3월 26일. 얼마를 받는지 알고 난 뒤에 판단할 수 있는 순서입니다. 이 방식을 배당절차 개선이라고 부르는데, 정관만 고쳐 두고 실행하지 않는 회사도 있어 날짜로 확인해야 합니다. NH투자증권은 2023·2024·2025 사업연도 배당에서 이 순서를 지켰습니다.
비교해 보면 차이가 뚜렷합니다. 2022 사업연도 배당의 기준일은 2022년 12월 31일이었고, 700원이라는 금액은 이듬해 3월 공시로 알려졌습니다.
회사가 적어 둔 바닥, 500원
2024년 12월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회사는 주주환원 방향을 “상시 기본배당 500원 지급 + 사업성과를 고려한 추가배당”이라고 적었습니다. 성과가 어떻든 500원은 기본으로 두고, 그 위를 실적에 따라 얹겠다는 그림입니다. 목표로는 ROE 12%와 PBR 1배를 함께 내걸었습니다.
다만 이건 회사가 스스로 “예측정보”라고 단서를 단 계획입니다. 확정된 약속이 아니고, 언제까지 유지하겠다는 기간도 공시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량으로 적힌 것은 배당성향 몇 %가 아니라 주당 500원이라는 절대액뿐입니다. 같은 공시에 “업계 최고의 주주환원 추진”이라는 문구도 있는데, 이건 회사의 표현이지 배당노트가 다른 회사와 견줘 확인한 사실이 아닙니다.
1년에 한 번, 봄에 오는 배당
회사가 사업보고서에 적은 배당 이력은 제38기부터 제59기까지 22회 연속 결산배당입니다. 분기·중간배당은 정관에 근거 조항이 있지만 실시한 적이 없어, 이 회사의 배당은 1년에 한 번 결산 때만 옵니다.
봉우리 하나, 골짜기 하나, 그리고 다시 올라선 세 해. 여기까지가 공시에 적힌 만큼입니다. 그다음 한 칸은 내년 봄 이사회가 정하고, 그때 이 표에 한 줄이 더 붙습니다.